86학번황사학과1 [시집 책갈피] 류근 - 86학번, 황사학과 86학번, 황사학과 류근 1 아무래도 나는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노을이 춘화처럼 마음에 불을 지르는 오후 다섯 시의 교정 아무도 남지 않는 강의실 한구석에서 편지를 쓰면 그 해의 목련은 모두 잊혀진 이름들 위로 떨어지고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 봄이 고욤나무 근처에서 어린 싹들을 천천히 불러 올리고 있었다 가끔씩 오는 버스는 가끔식 술에 취한 학생들을 태우지 않고 지나갔다 2 날마다 숨 막히게 바람이 불고 바람 속에는 내 사소한 이름마저 지워버릴 것 같은 수만의 모래알들이 섞여 있었다 시를 들으러 가는 강의실 복도에서 나는 더러 피가 섞여 나오는 과장법에 기침을 쏟고 그런 날이면 왠지 아무 여자하고나 잠자고 싶었다 자취방에는 쓰러진 책들과 쓸모 없는 시간들로만 늘 가득 차 있었으므로 언제나 나.. 2020. 9.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