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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갈피48

Miss Summer - ODIE (가사/해석) Oh, there she goes, Mrs. Summer 오 저기 Summer부인 그녀가 가요 Breaking hearts again 내 심장을 또 망가뜨리고 While I wait for her number 그녀의 번호를 기다리는 동안 She plagues my mind again 내 마음을 또 한번 헤집어놓아요 I hope we never end 난 우리가 영영 끝나지않았으면 좋겠어요 Take my time, living in pretend 거짓된 내 삶을 가져가세요 'Til I play my role, she'll be running 내가 연기하는 동안 그녀는 달아날거예요 On and on again 계속해서 Every night, I recall this same love (on and on ag.. 2021. 3. 20.
Monster - Mark Diamond (가사/해석) If I'm the darkness beside the bed 내가 침대 뒤 어둠이라면 Then you're the monster underneath 그럼 넌 침대 밑 괴물일거야 If it's a standoff situation 서로 맞선 상황에선 Well who's the hostage and who should run 누가 인질이고 누가 잡으러가야할까 I use to be wasted but now I'm clean, baby, oh oh, oh 난 한때 찌들어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Is this what it feels like to be free, oh oh 이게 자유라는 느낌이구나 I think I'm ready to love you now 나 이제 널 사랑할 준비가 된 것 같아 Love y.. 2021. 3. 20.
Feed The Fire - SG Lewis, Lucky Daye (가사) One, you gotta have fun Two, you gotta move Three, can you do it with me? Four, when the beat stops baby we can rock some more I think we're onto something I want some more Feels so familiar like we've been here before Don't just look at me with that glare in your eyes Just let it happen, feed the fire Your sweat is dripping getting under my skin I got you open won't you pull me in (Pull me in) .. 2021. 3. 20.
Love Is Love - Starley (가사/해석) You asked me if it's your fault 당신은 이게 당신 잘못이냐고 물었죠 For letting me play with trucks when I was younger 내가 어릴 때 트럭에서 놀게 했던게 잘못이냐고 And then you went on to say 그리고 당신은 말했어요 "How will I break these news to your mother" 네 엄마한테 어떻게 이 소식을 전해야 하냐고, And you say you cried for three days straight, daddy 그리고 당신은 3일을 꼬박 울었다고 얘기했죠, 아빠 And I don't understand you 저는 이해가 안가요 'Cause loving her, it ain't an illnes.. 2020. 10. 26.
Carrie - PREP (가사/해석) Carrie came back캐리가 돌아왔어 I never knew what time it was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몰랐어 Didn't ask her where she'd been어디갔었는지도 묻지 않았어 Watched her in the glass with her makeup cloth잔 너머 보이는 그녀가 화장을 지우고 Wiping the smile off미소까지 지워내더라고. She came and lay down그녀가 다가와 누우며 말했어 Said maybe we could compromise'우리 타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Try and throw an anchor out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어 Cos everyone's got somewhere they're pushing you떠미는 것.. 2020. 10. 15.
Escapade - Wouter Hamel (가사/해석) I'd follow you to the moon 널 따라 달까지 갈 수 있어 A lover's getaway in June 6월 연인들의 도주 Aww we'd be so high together 오 우린 정말 행복할거야 Found heaven in your gaze 당신 시선을 따라 천국이 보여 Feels as if I'm in a daze 눈부신 기분이야 Oh my we got it made 오 우리가 해냈어 You and me on an escapade 당신과 내가 떠나는 모험 My days are filled with delight (Delight) 기쁨에 묻힌 날들과 There'll be no demons in the night 괴롭히는 이 없는 밤들 Not if we stay high toget.. 2020. 10. 10.
[시집 책갈피] 나희덕 - 젖지 않는 마음 젖지 않는 마음 - 편지 3 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은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그 무엇으로도 돌아오지 말기를 거기에 별빛으로나 그대 총총 뜨기를 2020. 10. 6.
[시집 책갈피] 기형도 - 늙은 사람 늙은 사람 기형도 그는 쉽게 들켜버린다 무슨 딱딱한 덩어리처럼 달아날 수 없는, 공원 등나무 그늘 속에 웅크린 그는 앉아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자세로 나의 얼굴, 벌어진 어깨, 탄탄한 근육을 조용히 핥는 그의 탐욕스런 눈빛 나는 혐오한다, 그의 짧은 바지와 침이 흘러내리는 입과 그것을 눈치재지 못하는 허옇게 센 그의 정신과 내가 아직 한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걸음도 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다. 갑자기 나는 그를 쳐다본다, 같은 순간 그는 간신히 등나무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으로는 쉴새 없이 단장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무엇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그의 육.. 2020. 10. 4.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2020. 10. 3.
[시집 책갈피] 나희덕 - 저녁을 위하여 저녁을 위하여 나희덕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나는 아이에게 저녁을 가르친다. 기다림을, 참으라는 것을 가르친다. "자, 착하지? 조금만 가면 돼. 이따 저녁에 만나려면 가서 잘 놀아야지." 마음이 급한 내 팔에 끌려올 때마다 아이의 팔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더욱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삶이라는 것을 모질게도 가르치려는 것일까. 해종일 잘 견디어야 저녁이 온다고, 사랑하는 것들은 어두워져서야 이부자리에 팔과 다리를 섞을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저도 발꿈치가 아픈지 막무가내로 울면서 절름거린다. "자, 착하지?" 아이의.. 2020. 10. 3.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어느 푸른 저녁 어느 푸른 저녁 기형도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같이 서로를 통과해가는 나는 그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모든 움직임은 홀연히 정지 하고, 거리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숨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런 때를 조심해야 한다, 진공 속에서 진자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검은 외투를 이은 그 사람들은 다시 저 아래로 태연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흔들리는 것은 무방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본다 모랫더미 위에 몇몇 사내가 앉아 있다, 한 사내가 조심스럽.. 2020. 10. 3.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질투는 나의 힘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2020. 10. 3.
[시집 책갈피] 서해진 - 너에게 너에게 서해진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맘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2020. 10. 3.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오래된 書籍(서적) 오래된 書籍(서적)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2020. 10. 3.
[시집 책갈피] 나희덕 - 흐린 날에는 흐린 날에는 나희덕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2020. 10. 3.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너무 많이 너무 많이 나희덕 그때 나를 내리친 것이 빗자루방망이였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에 묻어나던 절망이었을까. 나는 방구석에 쓰레받기처럼 처박혀 울고 있었다. 창 밖은 어두워져갔고 불을 켤 생각도 없이 우리는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침침한 방의 침묵은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느껴져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마른번개처럼 머리 위로 지나간 숱한 손바닥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때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 이제 누구도 때려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 밤길에 서서 스스로 뺨을 쳐볼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머니를 너무 많이 맞게 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가는 비 온다 가는 비 온다 기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을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오후 4시의 희망 오후 4시의 희망 기형도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금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은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 2020. 10. 2.
[시집 책갈피] 최돈선 - 바다엽신 바다엽신 최돈선 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머리를 쓰고 목이 메어 울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서덕준 눈을 감고 누웠는데 글쎄, 아니 정말 눈꺼풀을 내렸는데. 눈 앞으로 네가 불쑥 나타나 나를 쳐다봐. 너는 어떻게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 어떻게 이렇게도 아름다워? 눈물이 나는데도 너는 흐려지지 않지. 진짜 내 앞에 있다고 말해주면 안 돼? 사무치게 아름다운 그대야. 내 손잡아 줘, 같이 가자. 응? 내 꿈으로 같이 사라지자. 터지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물거품처럼. 2020. 10. 2.
[시집 책갈피] 진연주 - 코카인 코카인 진연주 곳곳에 네가 있고 네가 너무 많아. 나는 도무지 내가 무얼 해야 너를 피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어. 나는 내일 또 어디에서 널 만나야 할지. 울먹이며 오는 동안 어둠이 휘휘 지나갔어. 2020. 10. 2.
[시집 책갈피] 심보선 -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심보선 구름의 그림자가 화인(火印)처럼 찍힌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나의 파탄이 누군가의 파탄으로 파도쳐 간다 어떻게 그댈 잊을 수 있겠는가 그토록 사소한 기억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그대를 수 개의 등불을 끄고 한 권의 책을 덮으면 이 방의 어둠은 완성된다 행간에 머물던 내 시선이 곁눈질로 더듬었던 달빛이 방 안에 순식간에 스며든다 나는 나를 간절히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이 세계를 두 발자국 만에 짓눌러버릴 거대한 눈사람을 저 모래사장에 우뚝 세우고 싶기도 하다 간혹 내 머릿속에선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벗고 있는 사람이 나를 버린 이들의 목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간간이 동시에 떠오르는 다른 죽음들 화한과 자조로 가득한 겨울밤 과거를 향하여 이를 가는 짐승 파도..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달이 지는 속도 달이 지는 속도 서덕준 너의 숨을 사랑해. 바람의 한올 한올이 내 목숨보다 촘촘해. 물병에는 없던 파도가 일고 귓바퀴에서는 너의 선율이 보폭을 빠르게 해. 내 마음의 피복이 볏겨지지. 그대로 들키는 나. 달이 지는 속도로 아름다워지는 너.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꿈에 꿈에 서덕준 뛰어내리면 언 낯모를 엽서가 사랑을 속삭거릴 그런 자주색 세상의 절벽 끝에서 꿈에 나는 너의 쇄골에 귀를 대고 등을 쓰다듬고 너는 잃어버린 악보를 숨결로 연주하고 우리 왠지 짙은 사랑을 할 것만 같고 꿈에 너의 체온이 실화였으면 하고 너는 올이 촘촘한 감청색 스웨터, 테가 굵은 검정 안경 나는 전서처럼 그 품에 와락 안겨있고 꿈에 바람에 꽃들이 허공으로 나귀를 타고 꿈은 이렇게 서툴고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2020. 10. 2.
[시집 책갈피] 임영조 - 사신 사신 임영조 밤이 내린다 보이는 것 다 지우고 들리는 것 다 막아서 저마다 홀로 되어 쓸쓸한 밤이 내린다 애인이여 아직도 잠 못드는 애인이여 이 두려운 어둠 모두 휘저어 블랙커피 마시듯 나눠 마시고 오늘밤 나와 함께 죽을래 2020. 10. 2.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잿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나희덕 이를테면, 고드름 달고 빳빳하게 벌서고 있는 겨울 빨래라든가 달무리진 밤하늘에 희미한 별들, 그것이 어느 세월에 마를 것이냐고 또 언제나 반짝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습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고, 희미하지만 끝내 거지지 않는 게 세상엔 얼마나 많으냐고 말입니다. 상처를 터뜨리면서 단단해지는 손등이며 얼어붙은 나무껍질이며 거기에 마음 끝을 부비고 살면 좋겠다고, 아니면 겨울 빨래에 작은 고기 한 마리로 깃들여 살다가 그것이 마르는 날 나는 아주 없어져도 좋겠다고 말입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박소란 - 푸른 밤 푸른 밤 박소란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 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가수는 입을 다무네 가수는 입을 다무네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을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며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 2020. 10. 2.
[시집 책갈피] 류근 - 안쪽 안쪽 류근 동네 공원에 저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앞세우고 와서 한나절 새우깡이나 비둘기들과 나눠 먹다가 어머, 어머, 어머낫! 그새 발목까지 흘러내린 엉덩이 추켜올리며 새우깡 알맹이 부스러지듯 흩어져 집으로 향하는 저 여인들 또한 한때는 누군가의 순정한 눈물이었을 테고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상처일 테고 세상에 와서 처음 불리어진 첫사랑 주홍빛 이름이었을 테지 어쩌면 그보다 더 살을 에는 무엇이었을 테지 여인들 떠나고 꾸룩 꾸루룩, 평생 소화불량 흉내나 내는 비둘기를 마저 사라져버린 공원에 긴 졸음처럼 남아서 새우깡 봉지와 나란히 앉아 펄럭이는 내 그림자 곁으로 오후의 일없는 햇살 한 줌 다가와 어깨를 어루만진다 새우깡 빈 봉지의 안쪽 살갗이 저토록 눈부신 은빛이었다는 걸 처음 발견한 내 눈시울 위로 화들..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