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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책갈피] 박소란 - 푸른 밤

by 별과자 202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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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박소란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 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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