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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서덕준
뛰어내리면 언 낯모를 엽서가 사랑을 속삭거릴
그런 자주색 세상의 절벽 끝에서 꿈에
나는 너의 쇄골에 귀를 대고 등을 쓰다듬고 너는
잃어버린 악보를 숨결로 연주하고 우리
왠지 짙은 사랑을 할 것만 같고 꿈에
너의 체온이 실화였으면 하고
너는 올이 촘촘한 감청색 스웨터, 테가 굵은 검정 안경
나는 전서처럼 그 품에 와락 안겨있고 꿈에
바람에 꽃들이 허공으로 나귀를 타고
꿈은 이렇게 서툴고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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