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체2 [시집 책갈피] 이이체 - 규진에게 규진에게 이이체 손목에 그어진 몇 줄 죄의 기록들이 더 붉어지고, 마침내는 새까맣게 어두워진 밤 내가 아니라 내가 남겨진 세상을 비웃는 너의 텅 빈 웃음 삶을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이 되어버린 너만의 세상, 저세상 혼자서라도 살아가고 싶었지 삶이라는 건 살아도 항상 잘 살아지지는 않고 그토록 막막한 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아직도 몇 번씩 울어 나에게 뒷모습만 보여주고 떠나가는 타인들 지켜질 것 같은 거짓말들 아무도 나에게 잊어버리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어 2020. 9. 25. [시집 책갈피] 이이체 - 기이한 잠의 긴 밤 기이한 잠의 긴 밤 이이체 나는 빛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폐허가 된 숲에서 물은 죽음을 가리키는 가장 날카로운 액체가 된다 고독이 인간을 다독인다 생명을 잃어 가는 형식이지만 생명을 품을 수 있는 나는 언어의 낡은 과육에서 삶을 거듭 실수한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해도 흰색 무덤처럼 부푼 감정으로 숨어 들어오는 도굴꾼들 거울이 기회를 낳는다 말을 더듬어야 옹호할 수 있는 행간이 있다 누군가에게 나를 빼앗겨야겠다 2020. 9.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