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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김성규
타인을 만날 때마다 나는 도망쳐요
며칠을 앓고 나니 가슴에 불길이 타올라요
이것을 어떻게 끄죠 타오르는 불을 끄기 위해
독한 술을 들이마셔요 헛산 내 삶을
어떻게 꺼야 할까요
그들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와서
혈액 속에 꽃이 피듯 천천히 독으로 퍼져요
독을 뿜지 않기 위해 혓바닥을 입속에 말아넣어요
온몸에 퍼진 독을,
밤마다 불같은 글을 종이 위에 휘갈기면
아무리 지우려 해도 꺼지지 않는 글자들
고통이 달아날 때,
내 글을 읽으면 모든 것이 무력해진다고
글자마다 독한 술이 절어 있어
타오르는 불길을 들이마시며 웃는 사람들
천천히 죽어가며,
눈물을 흘려 고통의 불을 꺼야 해요
가슴을 쳐 죄의 불을 꺼야 해요
술이 깰 때마다 종이에 흩어진 글자들을 보면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내 손을 돌로 찧고 싶어요
책을 읽으며,
바닥을 기어다니며 우는 사람들
같은 종족을 확인하듯 흘끔거리며
그들 또한 이제 병으로 세월을 견뎌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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