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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갈피/시집

[시집 책갈피] 이운진 - 바꿀 수 없는 버릇

by 별과자 202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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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버릇

 

 

이운진

 

 

 

 

 

어금니를 무는 버릇이 있군요
의사가 숨은 버릇 하나를 찾아냈을 때
입을 다문 건
부끄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헐어가는 입으로 물고 있는 것들,
옛 애인의 소문이나
책 속의 쓰레기 같은 정신이나
매운 사탕과자나
썩고 있는 우울,
나의 만찬들을 씻어내기 싫어서였다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금이 가겠는데요
의사가 자꾸 버릇이라고 말할 때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 건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깨물어야 안심이 되는 것,
그것이 나라고 말할 수 없어서였다
위험한 버릇이라지만
내게 정말 위험한 건
꽃이름 다위를 말하느라 입을 벌리는 순간
삶의 허공을 깨무는 일이다
노련하게 어금니에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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