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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갈피/시집

[시집 책갈피] 정끝별 - 푹

by 별과자 202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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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깃든 것들은 들키기 마련
눈빛이 푹 휘어지듯
한숨이 푹 터져나듯
심장이 푹 꺼지듯
오래 설레고
오래 울렁였으니
 
깊숙한 것들은 밀려나기 마련
무릎이 푹 튀어나오듯
팔꿈치가 푹 늘어나듯
엉덩이가 푹 해지듯
오래 품고
오래 어루만졌으니

한 풀이 푹 꺾이듯

한 이불에 푹 뛰어들듯
한 세월을 푹 삶아지듯
신축성이 없어 숨길 수도 없는
싸구려였어도 좋은(싼티가 나도 좋은)
 
푹 빠졌던
들고 난 자리마다
푹 쏟아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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