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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책갈피] 나희덕 - 흐린 날에는 흐린 날에는 나희덕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2020. 10. 3.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너무 많이 너무 많이 나희덕 그때 나를 내리친 것이 빗자루방망이였을까 손바닥이었을까 손바닥에 묻어나던 절망이었을까. 나는 방구석에 쓰레받기처럼 처박혀 울고 있었다. 창 밖은 어두워져갔고 불을 켤 생각도 없이 우리는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침침한 방의 침묵은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느껴져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을 뻔했다. 그러나 마른번개처럼 머리 위로 지나간 숱한 손바닥에서 어머니를 보았다면, 마음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를 들었다면, 나는 그때 너무 자라버린 것일까. 이제 누구도 때려주지 않는 나이가 되어 밤길에 서서 스스로 뺨을 쳐볼 때가 있다. 내 안의 어머니를 너무 많이 맞게 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가는 비 온다 가는 비 온다 기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그 여자는 대단히 고집 센 거위를 기른다 가는 비………는 사람들의 바지를 조금 적실 뿐이다 그렇다면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 이 상점은 어쩌다 간판을 바꾸었을까 도무지 쓸데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고 우산을 쓴 친구들은 나에게 지적한다 이 거리 끝에는 커다란 전당포가 있다, 주인의 얼굴을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시간..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오후 4시의 희망 오후 4시의 희망 기형도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금은 중얼거린다, 이곳에는 죽음도 살지 못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것과 섞였다, 습관은 아교처럼 안전하다 김은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본다, 쏟아질 그 무엇이 남아 있다는 듯이 그러나 물은 끝없이 갈아주어도 저 꽃은 죽고 말것이다, 빵 껍데기처럼 김은 상체를 구부린다, 빵 부스러기처럼 내겐 얼마나 사건이 많았던가, 콘크리트처럼 나는 잘 참아왔다 그러나 경험 따위는 자랑하지 말게 그가 텅텅 울린다, 여보게 놀라지 말게, 아까부터 줄곧 자네 뒤쪽.. 2020. 10. 2.
[시집 책갈피] 최돈선 - 바다엽신 바다엽신 최돈선 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머리를 쓰고 목이 메어 울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네온색 다이너마이트 서덕준 눈을 감고 누웠는데 글쎄, 아니 정말 눈꺼풀을 내렸는데. 눈 앞으로 네가 불쑥 나타나 나를 쳐다봐. 너는 어떻게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 어떻게 이렇게도 아름다워? 눈물이 나는데도 너는 흐려지지 않지. 진짜 내 앞에 있다고 말해주면 안 돼? 사무치게 아름다운 그대야. 내 손잡아 줘, 같이 가자. 응? 내 꿈으로 같이 사라지자. 터지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이는 물거품처럼. 2020. 10. 2.
[시집 책갈피] 진연주 - 코카인 코카인 진연주 곳곳에 네가 있고 네가 너무 많아. 나는 도무지 내가 무얼 해야 너를 피해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어. 나는 내일 또 어디에서 널 만나야 할지. 울먹이며 오는 동안 어둠이 휘휘 지나갔어. 2020. 10. 2.
[시집 책갈피] 심보선 -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홀로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 심보선 구름의 그림자가 화인(火印)처럼 찍힌 저녁 바다를 바라본다 나의 파탄이 누군가의 파탄으로 파도쳐 간다 어떻게 그댈 잊을 수 있겠는가 그토록 사소한 기억들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그대를 수 개의 등불을 끄고 한 권의 책을 덮으면 이 방의 어둠은 완성된다 행간에 머물던 내 시선이 곁눈질로 더듬었던 달빛이 방 안에 순식간에 스며든다 나는 나를 간절히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이 세계를 두 발자국 만에 짓눌러버릴 거대한 눈사람을 저 모래사장에 우뚝 세우고 싶기도 하다 간혹 내 머릿속에선 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벗고 있는 사람이 나를 버린 이들의 목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간간이 동시에 떠오르는 다른 죽음들 화한과 자조로 가득한 겨울밤 과거를 향하여 이를 가는 짐승 파도..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달이 지는 속도 달이 지는 속도 서덕준 너의 숨을 사랑해. 바람의 한올 한올이 내 목숨보다 촘촘해. 물병에는 없던 파도가 일고 귓바퀴에서는 너의 선율이 보폭을 빠르게 해. 내 마음의 피복이 볏겨지지. 그대로 들키는 나. 달이 지는 속도로 아름다워지는 너. 2020. 10. 2.
[시집 책갈피] 서덕준 - 꿈에 꿈에 서덕준 뛰어내리면 언 낯모를 엽서가 사랑을 속삭거릴 그런 자주색 세상의 절벽 끝에서 꿈에 나는 너의 쇄골에 귀를 대고 등을 쓰다듬고 너는 잃어버린 악보를 숨결로 연주하고 우리 왠지 짙은 사랑을 할 것만 같고 꿈에 너의 체온이 실화였으면 하고 너는 올이 촘촘한 감청색 스웨터, 테가 굵은 검정 안경 나는 전서처럼 그 품에 와락 안겨있고 꿈에 바람에 꽃들이 허공으로 나귀를 타고 꿈은 이렇게 서툴고 너의 머릿결과 호흡을 다 외우고 싶은데 우리 흑백이 되고 네가 없어지고 내가 저물고 꿈에 나는 마침표처럼 안녕을 말해야 하는데 지독하게 아름다운 그 꿈에 2020. 10. 2.
[시집 책갈피] 임영조 - 사신 사신 임영조 밤이 내린다 보이는 것 다 지우고 들리는 것 다 막아서 저마다 홀로 되어 쓸쓸한 밤이 내린다 애인이여 아직도 잠 못드는 애인이여 이 두려운 어둠 모두 휘저어 블랙커피 마시듯 나눠 마시고 오늘밤 나와 함께 죽을래 2020. 10. 2.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나희덕 사랑에도 속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솔잎혹파리가 숲을 휩쓰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한 순간인 듯 한 계절인 듯 마음이 병들고도 남는 게 있다면 먹힌 마음을 스스로 달고 서 있어야 할 길고 긴 시간일 것입니다 수시로 병들지 않는다 하던 靑靑의 숲마저 예민해진 잎살을 마디마디 세우고 스치이는 바람결에도 잿빛 그림자를 흔들어댈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단풍이 든 것만 같아 그 미친 빛마저 곱습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나희덕 -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나희덕 이를테면, 고드름 달고 빳빳하게 벌서고 있는 겨울 빨래라든가 달무리진 밤하늘에 희미한 별들, 그것이 어느 세월에 마를 것이냐고 또 언제나 반짝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겠습니다.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고, 희미하지만 끝내 거지지 않는 게 세상엔 얼마나 많으냐고 말입니다. 상처를 터뜨리면서 단단해지는 손등이며 얼어붙은 나무껍질이며 거기에 마음 끝을 부비고 살면 좋겠다고, 아니면 겨울 빨래에 작은 고기 한 마리로 깃들여 살다가 그것이 마르는 날 나는 아주 없어져도 좋겠다고 말입니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박소란 - 푸른 밤 푸른 밤 박소란 짙은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 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 2020. 10. 2.
[시집 책갈피] 기형도 - 가수는 입을 다무네 가수는 입을 다무네 기형도 걸어가면서도 나는 기억할 수 있네 그때 나의 노래 죄다 비극이었으나 단순한 여자들은 나를 둘러쌌네 행복한 난투극들을 모두 어디로 갔나 어리석었던 청춘을, 나는 욕하지 않으리 흰 김이 피어오르는 골목에 떠밀려 그는 갑자기 가랑비와 인파 속에 뒤섞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전혀 구별되지 않는다 모든 세월이 떠돌이를 법으로 몰아냈으니 너무 많은 거리가 내 마음을 운반했구나 그는 천천히 얇고 검은 입술을 다문다 가랑비는 조금씩 그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한마디로 입구 없는 삶이었지만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었던 시절도 아득했다 나를 괴롭힐 장면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모퉁이에서 그는 외투 깃을 만지작거린다 누군가 나의 고백을 들어주었으며 좋으련만 그가 누구든 엄청난 추억을 나는 지불하리.. 2020. 10. 2.
[시집 책갈피] 류근 - 안쪽 안쪽 류근 동네 공원에 저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앞세우고 와서 한나절 새우깡이나 비둘기들과 나눠 먹다가 어머, 어머, 어머낫! 그새 발목까지 흘러내린 엉덩이 추켜올리며 새우깡 알맹이 부스러지듯 흩어져 집으로 향하는 저 여인들 또한 한때는 누군가의 순정한 눈물이었을 테고 지금껏 지워지지 않는 상처일 테고 세상에 와서 처음 불리어진 첫사랑 주홍빛 이름이었을 테지 어쩌면 그보다 더 살을 에는 무엇이었을 테지 여인들 떠나고 꾸룩 꾸루룩, 평생 소화불량 흉내나 내는 비둘기를 마저 사라져버린 공원에 긴 졸음처럼 남아서 새우깡 봉지와 나란히 앉아 펄럭이는 내 그림자 곁으로 오후의 일없는 햇살 한 줌 다가와 어깨를 어루만진다 새우깡 빈 봉지의 안쪽 살갗이 저토록 눈부신 은빛이었다는 걸 처음 발견한 내 눈시울 위로 화들.. 2020. 10. 2.
[시집 책갈피] 류근- 너무 아픈 사랑 너무 아픈 사랑 류근 동백장 모텔에서 나와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소주잔에 낀 기름때 경건히 닦고 있는 내게 여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라는 말 알아요? 그 유행가 가사 이제 믿기로 했어요. 믿는 자에게 기쁨이 있고 천국이 있을 테지만 여자여, 너무 아픈 사랑도 세상에는 없고 사랑이 아닌 사랑도 세상에는 없는 것 다만 사랑만이 제 힘으로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어서 사랑에 어찌 앞뒤로 집을 지을 세간이 있겠느냐 택시비 받아 집에 오면서 결별의 은유로 유행가 가사나 단속 스티커처럼 붙여오면서 차장에 기대 나는 느릿느릿 혼자 중얼거렸다 그 유행가 가사, 먼 전생에 내가 쓴 유서였다는 걸 너는 모른다 2020. 10. 1.
[시집 책갈피] 기형도 - 10월 10월 기형도 1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 갑자기 거칠어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쫒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 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 2020. 10. 1.
추석 특별 방역기간 | 카페, PC방, 코인노래방 갈 수 없을까요? 이번 2020년 추석에 고향 안 가시는 분들, 집에서 뭐하고 계신가요? 이번 추석은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으로 인해 특별 방역 대책 사항을 유념하여 생활하셔야하는데요, 먼저 이 추석 특별 방역기간은 9월 28일(월) 부터 10월 11일(일) 2주간 시행됩니다. 수도권과 수도권 외 지역 모두 실내 50일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것은 금지되어있지요. 집에 머물며 타인과의 최소한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지만, 외출을 할 경우에는 방역 사항을 잘 지켜주셔야겠죠? 주로 혼자 혹은 소수의 인원으로 모일 때 갈 만한 시설들의 운영현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카페 카페를 비롯한 음식점은 방문 가능합니다.테이블 간 거리두기, 띄어앉기 등과 함께 마스크 착용, 명부 적기는 의무화되었습니다.하지만 실내에 오래 머무.. 2020. 9. 30.
독감 주사 3가 4가 차이, 주사 가격, 무료접종대상자|모두 알려드립니다! 최근 독감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와 함께 또다른 바이러스인 독감에 걸리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독감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 목차 클릭하여 이동가능합니다 ↓↓ 1. 독감주사 3가, 4가의 차이 2. 주사 가격 3. 가격 미리 알 수 있는 방법, 취급 병원 알아보기 4. 무료 접종 대상자 독감이라는 단어때문에 독(한)감(기)라는 하나의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독감은 흔한 감기가 아닌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해 생겨나는 질환이지요. 감기는 콧물, 기침, 인후통 등의 국소적인 증상이 있지만, 그에 비해 독감은 증상이 전신으로 나타.. 2020. 9. 30.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위험한 家系. 1969 위험한 家系. 1969 기형도 1 그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 매셨다. 2 아버지. 그건 .. 2020. 9. 30.
컴활 시험 정보 FAQ | 시험일정? 시험시간? 합격점수? 유효기간? ❓❓ 오늘은 컴활 시험에 대한 정보 알려드립니다! Q. 컴활 시험일정은 어떻게 되나요?A. 컴활 시험은 일정이 다양합니다.컴활 필기, 실기 모두 정기 시험과 상시 시험으로 나뉩니다. 정기 시험은 (필기,실기,1급,2급 모두) 1년에 딱 두번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의 시험일자를 보고 대충 2021년 정기 시험의 날짜를 유추해본다면, 필기 시험은 2월 말 or 3월 초에 1회, 7월과 8월 사이에 2회를 치르고실기 시험은 4월 둘째주에 1회, 10월 셋째주에 2회를 치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시 시험은 위 일정과 관계없이 수험자가 원하는 일자를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습니다.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나 코참패스 어플에서 응시할 수 있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의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20.. 2020. 9. 28.
[세종시 어진동] 돔베초밥 | "부담 없어, 안심돼"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힘을 모아 이 난관을 이겨내어 다시 일상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을 매우 바랍니다.. 초밥이 먹고싶어서 찾은 돔베초밥 주소 도로명: 세종 갈매로 353 에비뉴힐 A동 2층 지번: 세종 어진동 670 에비뉴힐 A동 2층 " 부담 없어, 안심돼" QR코드를 찍어야 입장가능하며 손소독을 권유하거나 발열체크는 하지 않는다. 이 초밥집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위생등급 우수한 음식점이라고 평가되었다는 걸 알텐데, 나도 그걸 보고 가서 약간 기대했었다. 근데 굉장히 깔끔하다는걸 가보면 알거다. 넓고 쾌적하고 딱히 거슬리는 것 없이 좋다. 테이블 간 거리도 적당히 멀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었다. 락교와 생강, .. 2020. 9. 28.
[시집 책갈피] 류근 - 86학번, 황사학과 86학번, 황사학과 류근 1 아무래도 나는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노을이 춘화처럼 마음에 불을 지르는 오후 다섯 시의 교정 아무도 남지 않는 강의실 한구석에서 편지를 쓰면 그 해의 목련은 모두 잊혀진 이름들 위로 떨어지고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진 봄이 고욤나무 근처에서 어린 싹들을 천천히 불러 올리고 있었다 가끔씩 오는 버스는 가끔식 술에 취한 학생들을 태우지 않고 지나갔다 2 날마다 숨 막히게 바람이 불고 바람 속에는 내 사소한 이름마저 지워버릴 것 같은 수만의 모래알들이 섞여 있었다 시를 들으러 가는 강의실 복도에서 나는 더러 피가 섞여 나오는 과장법에 기침을 쏟고 그런 날이면 왠지 아무 여자하고나 잠자고 싶었다 자취방에는 쓰러진 책들과 쓸모 없는 시간들로만 늘 가득 차 있었으므로 언제나 나.. 2020. 9. 28.
[시집 책갈피] 류근 - 사람의 나날 사람의 나날 류근 우리끼리만 아는 하루를 남겨두는 것이었다 우리 약속의 언어는 지상의 것이 아니니 해가 뜨고 불이 꺼지고 머리 검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세상에선 한 소리도 입과 귀를 지나치지 못할 것들이었다 여기서 나날들은 짧고 무성했으므로 사람의 언어로 꽃을 피우는 일이 은혜로울 수 없었다 어떤 떠돌이 하늘의 영광도 이룩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약속의 피로 사람을 씻고 불꽃의 파란 혀로써 먼 별의 언어를 지었던 것이라 이는 우리 약속의 순결함을 가장 높은 곳에서 증거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날마다 날이 저무는 사람의 육신 안에서 한 슬픔도 끄지 못할 나날들이 이리 길 것을 몰랐다 사람의 언어만으로 온전히 사람의 슬픔을 슬퍼하게 될 줄 몰랐다 아직은 지상에 머문 그대여, 먼 별의 약속 한 평 허물어서 시방 허.. 2020. 9. 27.
아이폰 ios 14 위젯 꾸미기 예시/ 위젯 홈화면 아이디어 3탄 🎨 아이폰 ios 14 홈화면을 개성있게 꾸며봅시다! 제가 찾은 여러 홈화면 아이디어들을 공유합니다! 모든 사진 출처는 사진 아래에 적어두었으니 사진을 공유할 시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 윈도우 버전으로 만든 테마인데, 메시지박스까지 있으니 진짜같아요... 멋지네요!! 지브리.. 뿐만 아니고 여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보이네요! 맘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이렇게 한 곳에 모아보는 것도 좋겠어요! 오 이건 방탄소년단 테마 홈화면이네요!! 매력적입니다..ㅎ ↓↓↓내 아이돌 사진으로 어플을 만들고 싶다면?! ↓↓↓ 2020/09/23 - [가벼운 IT 정보] - 아이폰 ios 14 위젯 꾸미기 - 내 사진으로 어플 아이콘 만드는 방법✨(feat. 콜미바이유어네임) 잘 모르겠지만 왠지 미드 냄새가 나는 사진들.. 2020. 9. 26.
[시집 책갈피] 기형도 -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기형도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어모으고 고단한 달로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 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삼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 2020. 9. 26.
아이폰 ios 14 위젯 꾸미기 예시/ 위젯 홈화면 아이디어 2탄 🍒 아이폰 ios 14 업데이트로 많은 분들이 홈화면을 개성있게 꾸미고 있습니다! 제가 찾은 여러 홈화면 아이디어들을 공유합니다! 모든 사진 출처는 사진 아래에 적어두었으니 포스팅에 공유할 시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 와.. 컬러칩을 상당히 따뜻한 색상들로 멋지게 꾸몄네요!! 좋아하는 색감이나, 계절에 맞게, 취향에 맞게 컬러칩들로 이렇게 꾸미는 것도 예쁜 것 같아요!! 간결한 아이콘들이 정돈되어있는 느낌이 들게 하네요! 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브라운 컬러 테마네요! 해리 스타일스인가요..? 가수 사진들과 다른 사진들이 잘 어우러져 보기 좋아요. 깔끔한 블랙 테마 너무 좋네요..🖤 혹시나 이런 아이콘 모양들 찾으시는 분들 있으실까요..? 원하시면 제가 한 번 조사해서 글 써드릴게요! 편하게 .. 2020. 9. 26.
[시집 책갈피] 이이체 - 규진에게 규진에게 이이체 손목에 그어진 몇 줄 죄의 기록들이 더 붉어지고, 마침내는 새까맣게 어두워진 밤 내가 아니라 내가 남겨진 세상을 비웃는 너의 텅 빈 웃음 삶을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이 되어버린 너만의 세상, 저세상 혼자서라도 살아가고 싶었지 삶이라는 건 살아도 항상 잘 살아지지는 않고 그토록 막막한 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아직도 몇 번씩 울어 나에게 뒷모습만 보여주고 떠나가는 타인들 지켜질 것 같은 거짓말들 아무도 나에게 잊어버리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는 없어 2020. 9. 25.
[시집 책갈피] 도종환 -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다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2020. 9. 25.